새벽에 태백산 천제단을 오를 심산으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가 오히려 중간에 깨어나
밤새 뒤척임속에 설잠을 잤다.
휴대폰의 알람 소리에 눈이 번쩍 떠져
일어나자 마자 창문을 열어 젖히곤 밖을 내다봤다.
눈은 그쳤는지 내리지 않고
어둠속의 칼같은 추위만 가슴으로 파고 들어왔다.
간단한 옷을 걸쳐 입고
밖을 나가니
새벽 찬바람이 콧잔등을 시렵게 만든다.
중요한건 날씨...
하늘을 올려다 보니 둥그런 달님이 방긋 웃고 있었다.
야호~!!
청명한 하늘을 보니 서서히 내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숙소로 뛰어 들어가 잠자는 아내를 깨웠다.
날씨가 무척 추운데 함께 갈거냐고 묻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옷을 주섬 주섬 챙겨 입는다.
그러면서 밖에 나가 아침식사를 하고 날씨가 추우면 다시 들어 오겠노라고 했다.
근처 해장국집에 들어가 따끈한 설렁탕으로 요기를 하고
아내에게 제차 물으니 잠자고 있겠단다.
그러면 내가 산에 올라가 전화할테니 기다리라고 하고
숙소로 돌려 보냈다.
태백산 유일사행 시내버스가 6시50분에 첫차라고 했는데
기다릴수 없어 택시를 타고 올라 갔다.
태백산을 가는도중 택시 운전기사가 "사모님은 왜 안가세요?"라고 묻는다.
"아~ 네! 날씨가 넘 추워서요."
"태백까지 오셨는데.... 그냥 가세요?"
.....
태백 시내를 벗어나자
날씨에 큰 변화가 온다.
강한 바람과 함께 앞도 안보일 정도로 눈이 퍼붓는다.
산이 하나도 안 보인다.
쩝!!!
"아저씨 이런 날씨에 산에 올라 갈수 있겠습니까?"
나도 내심 걱정이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유일사 매포소 입구에 내리자
눈이 거의 그쳤다.
마음은 급하고 택시에서 내리자 마자
거스름돈 없이 만원을 주고 산쪽으로 급히 향하는데
"아저쒸이~~~~"
어디서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뒤돌아 보니 매표소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다.
"표 끊고 가셔야지요."
"아니... 이 새벽에도 표를 팔아요?"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던가.ㅋㅋㅋ
매표소 입구를 지나 조금 올라가니까
사람들이 제법 많이 올라가고 있었다.
반갑다. 무지많이~~~~ㅎㅎㅎ
산을 올라가는 내내 나의 마음은 오로지 주목에 핀 눈꽃만 상상하였고
행여나 햇빛으로 녹아 내리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바삐 걸어 올라갔다.
다른 일행들과 산에 오르면 맨 꼴지에서 맴도는 나이거늘
이날은 한사람 두사람 자꾸 자꾸 무리들을 앞지른다.
숨은 턱까지 차오르고
몸은 달아 오르고
얼굴과 머리에 맺혔던 땀방울은 이내 고드름으로 변해
눈을 자꾸 찌른다.
눈길에 발은 자꾸 미끄러지는데 마음이 급해
아이젠을 차지않고 그냥 올라갔다.(이런 바부탱이...)
중간쯤 올라 갔을까.
도저히 쉬지 않고는 올라가지를 못할 것 같아
카메라 베낭을 눈밭에 내려 놓고 잠깐 휴식을 취했다.
하늘은 파랗게 맑아 오는데
사방을 둘러봐도 아직 따사로운 아침 햇살이 보이지는 않는다.
다행이다.ㅋㅋㅋ
모든 사진은 클릭해서 전체화면으로 보셔야 찌그러짐 현상없이 선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No-92
태백산에 오르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쉬었던 곳 ㅋㅋㅋ
하얀눈이 온 천지를 덮었는데도 햇빛이 없어
눈밭은 하얀색이 아닌 연한 잿빛으로 보인다.
이래서 햇빛이 함께한 사진을 담으려고 뛰고 또 뛰는것이다.
칼바람의 살인추위에 몸이 또 추워온다.
가방을 다시 들춰매고 뛰다시피 한걸음 한걸음 산을 올라갔다.
7부능선쯤 오르자 먼산에는 이미 밤새 잠자고 있던 여명이 찾아 들었다.
No-095
카메라를 계속 가방속에 집어 넣고
올라 가기에 바빴던 나는
8부 능선쯤에서 끄집어내 태백의 순결한 자연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나의 눈으로 들어오는 자연은 서서히 내 마음을 유혹하기 시작했고
나는 그 화려한 자태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No-115
이제는 내가 서 있는 나무의 꼭대기에도 햇빛이 찾아 들었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온 산천에 햇빛이 젖어들고
화려한 백색의 축제가 시작되리라.
No-126
태백의 요염하고도 아름다운 눈꽃이 서서히 그 자태를 만천하에 드러내고 있었다.
No-130
No-134
No-135
하얗게 빛나는 눈꽃사이로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이 슬프도록 아름답게 보인다.
No-136
No-140
No-145
No-146
하얀 눈과 파란하늘 그리고 산아래 흐르는 운해
태백산의 눈꽃과 설경은 태백8경중 3경으로 꼽힐만큼 아름답기 이를데 없다.
No-149
햇빛이 밤새 떨고 서 있는 주목에 입맞춤을 하고
주목과 함께한 눈꽃을 따사로이 어루만져 준다.
환상이다.
자연이 인간에게 내려준 신비의 선물
그 선물을 모든이에게 전해 주고자 가슴속에 차곡 차곡 쌓아 담아 가지고 왔다.
No-150
살인적인 칼바람속에서도 냉정을 잃지않고 꾿꾿하게 서 있는 주목
드디어 본격적인 주목 군락지인 정상의 천제단 부근이다.
살아서도 천년 죽어서도 천년을 간다는 주목과
신비하도록 아름다운 상고대...
태백산 주목은 태백8경중 2경으로 그 아름다움에 가히 입이 벌어진다.
주목(朱木)은 이름처럼 줄기와 가지가 붉은색을 띄며
눈보라처럼 혹한속에서도 강인한 생명력을 지니고 산다.
또한 주목에 피는 눈꽃은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하면 서러워할 정도로
아름답기 짝이없다.
태백산의 능선에는 2,800여그루의 주목이 서식하기도 하며
당골광장에서 올라 가는것 보다는 유일사 매표서를 통해 들어 가는것이 으뜸이다.
등반시 유일사 -> 천제단 -> 당골광장 이렇게 산행하는것이 훨씬 편하고 빠르다.
이제 그 눈꽃을 담기위해 한걸음 한걸음 발길을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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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도 주목에 달린 눈꽃에 취해 잠들지 못하고 저 멀리서 서성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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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제단 정상에는 하얗게 핀 눈꽃이 산허리에는 운무가 장관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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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객들이 체감온도 -30도 안밖의 칼바람을 피하기 위해 태백산 천제단옆에 옹기종기 모여있다.
그림자는 나다.ㅋㅋㅋ
카메라가 얼어 버걱 버걱 거리고 내 손가락도 이미 얼대로 얼어버려
거의 마비상태다.
추위에 워낙 약한 아내가 이번 등반에 따라 나서지 않아 천만 다행이다.
산행에 함께 했더라면 꽁꽁 언 동태와 별반 다를리 없었을텐데...
태백 시내의 숙소에서 아직도 잠자고 있을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당골광장으로 오라하곤 하산을 서두르기로 했다.
No-272
No-276
No-312
No-313
No-330
No-336
No-338
산신에게 제를 올렸는지 퍼런 배추잎을 물곤 빙그레 웃는 황금돼지 대가리가 제단위에 그냥 놓여 있다.
No-341
천제단은 태백산 정상에 있으며
높이 3m 둘레 27m 너비 8m의 제단으로써 산 정상에 이처럼 큰 제단이 있는곳으로는
태백산이 유일하다.
매년 10월 3일 개천절이면 지금도 천제를 지내며
1991년 중요민속자료 제228호로도 지정됐다.
No-343
No-346
천제단 정상에서 당골로 내려가는 길목
No-349
No-355
No-361
No-364
No-366
당골광장에 세워진 태백산 등산 안내도
No-367
한낮의 당골광장
11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영하 10도에 이른다.
No-368
당공광장의 석탄박물관앞
No-371
No-374
No-375
당골광장
태백산에 올라가 제일 먹고 싶은것이 있었다면
따끈한 커피 한잔 이었다.
당골광장의 매표소 있는 곳까지 내려오니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디예요?"
.
.
.
나는 매표소 있는곳까지 내려 왔는데
아내는 석탄박물관 앞이란다.
그런데 서로 못 보고 지나쳤으니....ㅋㅋㅋ
내게 다가온 아내가 주머니속에서 내민 손에 무엇이 들려져 있었는데
.
.
.
그것은 바로 따끈 따끈한 캔커피였다.
혹독하게 힘들고 고생은 많이 했지만
많은것을 내게 남겨 준 백두대간 태백
그 장엄한 고산을 뒤로하고
우리는 다음 여행지인 추전역으로 향했다.
당골광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그냥 택시를 타고 추전역으로 갔다.
추전역 올라가는 입구는 한낮 양지바른 곳 임에도 불구 하얀 빙판을 이루고 있었다.
택시를 추전역에 대기 시켜놓고
여기 저기 담아냈다.
No-381
철로의 방향변경 노선에 눈이 쌓여
시베리아처럼 눈보라가 몰아치는 악조건속에서도 철길위의 눈을 치우고 있는 역무원
No-
추전역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사진으로 보아 최고의 높은 지역에 위치함을 알수 있다.
이곳은 화물 열차외엔 정차하지 않으나
겨울에는 태백산 환상의 눈꽃열차여행시 정차하기도 한다.
No-415
눈보라를 일으키며 열차가 플랫홈으로 진입하고 있다.
No-420
No-430
No-437
구문소
No-440
No-455
No-465
No-481
낮에 본 황지연못
No-486
No-489
No-493
No-503
몹시도 추운가보다.ㅋㅋㅋ
No-513
비좁은 태백역사내에는 발디딜 틈 조차 없는데도
No-515
날씨가 워낙 추우니 플랫홈에 나오려 들지를 않는다.
No-525
서대전을 가는 열차가 들어온다.
이 열차를 타면 집으로 곧장가는데 나는 다음열차인 청량리행을 탄다.
서대전을 가는 열차는
강릉=>태백=>제천=>청주=>조치원=>서대전=>광주 이렇게 운행을 한다.
No-543
드디어 청량리행 무궁화호 열차가 들어왔다.
살인적인 추위에 시달려야 했지만
이번 여행은 남다른 의미가 있지않나싶어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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