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라남도 완도군 완도읍 정도리 구계등 몽돌해변의 일출
2008년12월31일~2009년1월1일 육도 섬 MT에 이어 계속된 남도여행
자정이 넘어 잠자리에 들었다가 0시50분에 맞춰놓은 알람이 요란하게 울려
30분도 채 눈을 붙이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와이프의 생일인지라 가족들과 저녁 약속이 돼 있었지만 아내가 여행을 좋아하니 하루 연기하고
남도로 여행을 다녀 오기로 마음을 먹었던것...
집에서 1시가량 떠나려 했으나 여행 가는것을 모르고 내려 온 아내 덕분에 이것 저것 준비하느라
1시40분정도나 되어 집을 나설 수 있었다.
바깥엘 나와 하늘을 올려다 보니 그야말로 휘영청청 하늘이 맑디 맑아 그렇게 투명할 수 없네.
도착지는 전남 완도의 몽돌해변
네비게이션에 의한 소요시간은 5시간20분 그러면 아침 7시나 되야 도착한다는 이야긴데...
일출 시간이 촉박한지라 집을 떠난지 1시간만에 전주를 지나 삼례,
광주를 지나고 나주에 도착했을때는 2시간이 지난 3시50분이었다.
붉은 여명이 사그러들까 조금은 과속을 하며 달렸다.
완도의 구계등에 도착하니 6시가 거의 될 무렵...
주차장에서 해변을 가려면 숲속을 걸어서 가야하는데
렌턴 밧데리가 완전 소모되어 앞 뒤 분간도 안되는 오솔길을 휴대폰 액정 화면으로 밝히면서 갔다.(끔찍...)
어둠에 휩싸인 해변은 그야말로 적막 그 자체였고
흑빛 어둠속에서 파도만 깨어 아침 맞을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해변에서 하늘을 바라보니
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들어 부은듯한 유성들이 옹기종기 둘러 앉아 도란 도란 속삭이며
밤바다를 비추고 있었다.
북극성에 북두칠성까지...(아는 별자리가 그것뿐이라 ^^)
▲ 전남 완도읍 정도리 구계등 해변의 밤하늘 좌측에 괘적은 비행기가 지나가는 것이다.
귀를 간지럽이는 파도소리와 코를 자극하는 바다내음 그리고 눈을 맑게 씻겨주는 밤하늘의 유성들의 화음이 멋지게 어우러져
아무도 없는 해변에서 나만을 위한 밤의 세레나데를 자연과 함께 노래하고 있으니 내마음 또한 어찌 이보다 좋을 수 있을까.
20여분 밤바닷가 몽돌 해변에서 머무는 동안 몇개의 별똥별이 떨어졌고 비행기는 왜 그리도 많이 다니는지...
해변에서 밤하늘을 몇 컷 담고 와이프 혼자 잠자고 있는 자동차로 가서 30분동안의 수면을 가졌다.
7시12분 드디어 아침이 밝아온다.
몽돌해변에 자리를 잡고 첫 슈팅을 날린다.
어둠에 묻혀있던 새벽녘의 몽돌해변은 무엇이 어떻게 놓여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날이 밝자 그 아름다운 자태를 서서히 드러낸다.
정도리 구계등
파도에 씻겨서 아홉 계단 모양으로 쌓인 다양한 크기의 돌들로 유명하다.
해변의 길이는 800m, 폭 200m이며, 뒤쪽에는 40여 종의 상록수와 단풍나무가 어우러져 있는 넓은 숲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1,153년 전 신라 42대 흥덕왕 3년에 해상왕 장보고가 청해진을 설치하였을 때
주민들로부터 구계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궁중에서 이 지대를 녹원지로 봉한 바 있다.
크고 작은 갯돌이 해변에 억수로 깔려 있는 곳, 어느 돌 하나를 주워봐도 모난 부분이 없이 매끈하다.
달걀만한 것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것은 수박 만큼이나 크다. 얼마나 많은 세월을 파도에 씻겼으면 저리 둥글고 매끈할까!
구계등은 우리말로 그대로 옮기면 「9개의 계단을 이룬 비탈」이란 뜻이다.
태고이래 거센 파도에 닳고 닳아진 갯돌이 바다 밑으로부터 해안까지 아홉 계단을 이루고 있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특히 이곳은 참나무, 떡갈나무 등 40여 종의 상록수와 단풍림이 주위에 우거져있어
울창한 숲 속에서 잠시 몸을 맡겨 더위에 지친 몸을 쉬기에 안성맞춤. 숲 속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삼림욕을 즐길 만도 하다.
-자료제공:완도군청-
하늘 가장자리를 붉게 물들이며 여명이 밝아온다.
아름답게 부서지는 여명빛이 아름답게 수놓도록 바닷물이 빠져 물기가 마르고 있는 몽돌에
소매를 걷어 올리고 바닷물을 맨손으로 수없이 뿌려댔다.
이 한컷을 담아내기 위해 300km가 넘는 길을 몇시간에 걸려 달려 왔지 않았나 싶어
손이 무척이나 시리지만 몽돌에 뿌리고 또 뿌렸다.
손이 시리다고 장갑끼고 가라며 챙겨준 아내가 알면 뭐라할까?ㅋㅋㅋ
아! 아침빛이 참으로 곱다.
드디어 아침해가 떠오른다.
비록 바닷속에서 떠 오르는 오메가가 아니고
정월초하루 육도에서처럼 산위에서 떠 오른 태양이었지만
내겐 숨 막힐 정도로 버겁고 아름다운 아침을 선사했다.
몽돌에 비치는 아침햇살이 루비처럼 반짝인다.
해변을 뒤 덮는 연기
어쩌면 한결같이 이렇게 유하게 생겼는지...
모진 세월 얼마나 시름이 많았을까?
가슴 아프도록 자신을 모두 내어주고 닳고 또 닳아 모두가 이렇게 둥그렇게 변한 몽돌...
그 몽돌이 참으로 아름답다.
이제 우리나라 육지의 최남단 땅끝마을로 발길을 옮긴다.